제1회 서초구 아버지센터 '핵심가치 5P' 에세이 공모전 수상작 전시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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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 상] 오종민 - “낀 세대” 아버지들을 위한 소통의 법칙


아이들은 커 가면서 부모와 대화를 많이 해야한다고 한다. 많은 아동 전문가에 의하면 어머니와의 대화 못지않게 아버지와의 소통도 자녀의 성장에 무척 중요하다고 한다. 우리의 부모님 세대 또는 그 윗 세대에 비하여 오늘날 아버지의 역할이 더욱 강조되고 있는 것은 사실인 것 같다. 이런 현상을 반영하듯 요즘은 아버지들끼리도 자녁교육에 대한 고충, 육아 정보 등을 공유하는 모습을 심심찮게 발견하곤 한다. 그러나 자녀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의미있는 시간을 “잘” 보내고 있느냐고 누군가 묻는다면 필자는 자신있게 그렇다고 대답할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아마도 40대를 보내고 있는 또래 아버지들 중에는 공감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으리라 생각된다.

좋은 아버지가 되고자 주중에는 되도록 정시퇴근하여 아이들과 대화를 시도하고, 주말에는 되도록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려 노력했지만 무언가 항상 부족함이 느껴졌다. 예를 들어, 저녁을 먹으며 “오늘은 뭐했어?”, “학교에서 뭐 재미있는 일 있었어?”라고 질문을 하면 아이들의 대답은 다소 짧게 돌아오곤 해서 대화가 이어지기 힘들었다. 또한 여러 가지 의미있는 경험들을 시켜주려고 주말에 온 가족이 함께 집을 나설 때에도 아이들과 더욱 가까워졌다는 생각은 딱히 들지 않았다.

무엇이 부족한지 반문하며 주변에 조언을 구해볼까 생각도 해보았지만 우리 세대의 애로사항 중 하나는 아마도 도움을 청할 적절한 멘토가 부족하다는 점일 것이다. 우리 부모님 세대에서는 일반적으로 비록 자녀와 교류가 활발하진 않더라도 밖에서 열심히 일하는 것이 가장으로서의 미덕이었다. 그렇기에 필자 역시 아버지께 어떻게 하면 아이들과 “잘” 소통하며 아버지의 역할을 해 나갈 수 있을지 여쭙기에는 다소 막막했다. 아마도 이런 부분이 40대 아버지들이 느끼는 막연한 답답함이 아닐까. 변화의 물결이 이미 턱 밑까지 차 올랐는데 자라면서 보고 겪어온 윗세대는 다소 단절된 다른 세상인 것이다. 소위 “낀 세대”의 비애라 하겠다.

그러다 작년부터 코로나로 재택근무를 하게 되면서 집에서 아이들과 일상을 공유할 기회가 자연스레 늘어났고, 신기하게도 한가지 중요한 변화가 감지되었다. 점점 아이들과 이야깃거리가 많아지고 아이들의 생각도 이해가 가는 것이 아닌가? “OO이랑 오늘도 도서실 가서 책 같이 골랐어? 무슨 책 빌려왔어?”, “OO랑 오늘은 어떤 종이접기 이야기하며 놀았어?” 등 보다 구체적인 질문을 던지는 등 아이들의 생활에 깊숙히 들어가 있음을 점점 느끼게 되었다. 예전에는 질문이 피상적이다 보니 반응도 피상적일 수밖에 없었으리라. 보다 구체적인 질문과 관심을 보이다 보니 아이들의 대답도 길어지고 우리의 일상적인 대화는 점점 수다스럽게 변해갔다.

결국 필자가 무언가 2% 부족하다고 막연하게만 느끼던 부분에 대한 답은 간단했다. 자녀와 좀 더 많은 시간을 보내면서 관심을 갖고 아이 주변을 살펴보며 함께 하는 것이다. 이전에는 다양한 경험을 하게 한다며 여러 야외활동으로 분주한 주말을 보내고 나면 부모노릇 다 한 양 뿌듯해 했지만 이는 돌아보면 그저 필자 본인의 자기만족이 컸던 것 같다. 막상 아이들과 더욱 가까워지고 있었는지는 의문스럽기 때문이다. 항상 자녀들과 어떻게 하면 가깝고 친근하게 소통하며 지낼 수 있을까 고민은 했지만 결국에는 말을 얼마나 시켰는지, 어디를 데려가 봤는지 등 양적인 측면에만 너무 집중했던 것은 아니었는지 모르겠다.

물론 자녀에게 다양하고 거창한 경험을 시켜주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과정이라는 생각이 든다. 서로 눈빛만 봐도 마음을 알 수 있을 정도로 일상과 생각을 공유할 수 있고 언제든 의지할 수 있는 아버지가 된다면 아이들과의 유대감이 더욱 끈끈해지리라 믿는다. 이를 통해 기존에 아이들과 함께한 여러 가지 경험도 향후에 더욱 시너지 효과가 날 것이다.

부모 자식 간 원활한 소통은 단순히 시간만 지난다고 자연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어 가야만 한다는 것을 필자는 이 코로나 시기를 통해 체감하게 되었다. 사회에서 친구 혹은 동료를 사귈 때에도 보다 가까워지기 위해 서로 알아가는 노력을 들이면서도 정작 자녀와는 가족이라는 이유로 이런 노력을 소흘히 하였던 것은 아닐까? 결국 무엇이 필요한 것인가는 매우 간단하다. 다만 아버지들이 변화하기 위해 기꺼이 시간과 노력을 들일 수 있는 결단이 필요할 뿐이다.

여전히 필자는 "낀 세대"의 입장에서 가끔씩 아버지 역할이 혼동스러울 때가 많다. 동년배의 다른 아버지들 역시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우리 아버지들은 오늘도 최선을 다하고자 노력하고 있으며, 이러한 과도기적 시기가 지나가고 나면 보다 멋진 모습으로 업그레이드 되어 있으리라 믿는다. 나아가 아들들이 장성하여 더 “잘” 소통하는 아버지가 되도록 롤모델이 되어준다면 그 또한 가슴 벅차고 의미있는 일일 것이다. 시행착오를 거칠지언정 현재를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모든 아버지들에게 응원을 보내고 싶다. 화이팅!

제1회 서초구 아버지센터 '핵심가치 5P' 에세이 공모전 수상작 전시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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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 상] 오종민 - “낀 세대” 아버지들을 위한 소통의 법칙


아이들은 커 가면서 부모와 대화를 많이 해야한다고 한다. 많은 아동 전문가에 의하면 어머니와의 대화 못지않게 아버지와의 소통도 자녀의 성장에 무척 중요하다고 한다. 우리의 부모님 세대 또는 그 윗 세대에 비하여 오늘날 아버지의 역할이 더욱 강조되고 있는 것은 사실인 것 같다. 이런 현상을 반영하듯 요즘은 아버지들끼리도 자녁교육에 대한 고충, 육아 정보 등을 공유하는 모습을 심심찮게 발견하곤 한다. 그러나 자녀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의미있는 시간을 “잘” 보내고 있느냐고 누군가 묻는다면 필자는 자신있게 그렇다고 대답할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아마도 40대를 보내고 있는 또래 아버지들 중에는 공감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으리라 생각된다.

좋은 아버지가 되고자 주중에는 되도록 정시퇴근하여 아이들과 대화를 시도하고, 주말에는 되도록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려 노력했지만 무언가 항상 부족함이 느껴졌다. 예를 들어, 저녁을 먹으며 “오늘은 뭐했어?”, “학교에서 뭐 재미있는 일 있었어?”라고 질문을 하면 아이들의 대답은 다소 짧게 돌아오곤 해서 대화가 이어지기 힘들었다. 또한 여러 가지 의미있는 경험들을 시켜주려고 주말에 온 가족이 함께 집을 나설 때에도 아이들과 더욱 가까워졌다는 생각은 딱히 들지 않았다.

무엇이 부족한지 반문하며 주변에 조언을 구해볼까 생각도 해보았지만 우리 세대의 애로사항 중 하나는 아마도 도움을 청할 적절한 멘토가 부족하다는 점일 것이다. 우리 부모님 세대에서는 일반적으로 비록 자녀와 교류가 활발하진 않더라도 밖에서 열심히 일하는 것이 가장으로서의 미덕이었다. 그렇기에 필자 역시 아버지께 어떻게 하면 아이들과 “잘” 소통하며 아버지의 역할을 해 나갈 수 있을지 여쭙기에는 다소 막막했다. 아마도 이런 부분이 40대 아버지들이 느끼는 막연한 답답함이 아닐까. 변화의 물결이 이미 턱 밑까지 차 올랐는데 자라면서 보고 겪어온 윗세대는 다소 단절된 다른 세상인 것이다. 소위 “낀 세대”의 비애라 하겠다.

그러다 작년부터 코로나로 재택근무를 하게 되면서 집에서 아이들과 일상을 공유할 기회가 자연스레 늘어났고, 신기하게도 한가지 중요한 변화가 감지되었다. 점점 아이들과 이야깃거리가 많아지고 아이들의 생각도 이해가 가는 것이 아닌가? “OO이랑 오늘도 도서실 가서 책 같이 골랐어? 무슨 책 빌려왔어?”, “OO랑 오늘은 어떤 종이접기 이야기하며 놀았어?” 등 보다 구체적인 질문을 던지는 등 아이들의 생활에 깊숙히 들어가 있음을 점점 느끼게 되었다. 예전에는 질문이 피상적이다 보니 반응도 피상적일 수밖에 없었으리라. 보다 구체적인 질문과 관심을 보이다 보니 아이들의 대답도 길어지고 우리의 일상적인 대화는 점점 수다스럽게 변해갔다.

결국 필자가 무언가 2% 부족하다고 막연하게만 느끼던 부분에 대한 답은 간단했다. 자녀와 좀 더 많은 시간을 보내면서 관심을 갖고 아이 주변을 살펴보며 함께 하는 것이다. 이전에는 다양한 경험을 하게 한다며 여러 야외활동으로 분주한 주말을 보내고 나면 부모노릇 다 한 양 뿌듯해 했지만 이는 돌아보면 그저 필자 본인의 자기만족이 컸던 것 같다. 막상 아이들과 더욱 가까워지고 있었는지는 의문스럽기 때문이다. 항상 자녀들과 어떻게 하면 가깝고 친근하게 소통하며 지낼 수 있을까 고민은 했지만 결국에는 말을 얼마나 시켰는지, 어디를 데려가 봤는지 등 양적인 측면에만 너무 집중했던 것은 아니었는지 모르겠다.

물론 자녀에게 다양하고 거창한 경험을 시켜주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과정이라는 생각이 든다. 서로 눈빛만 봐도 마음을 알 수 있을 정도로 일상과 생각을 공유할 수 있고 언제든 의지할 수 있는 아버지가 된다면 아이들과의 유대감이 더욱 끈끈해지리라 믿는다. 이를 통해 기존에 아이들과 함께한 여러 가지 경험도 향후에 더욱 시너지 효과가 날 것이다.

부모 자식 간 원활한 소통은 단순히 시간만 지난다고 자연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어 가야만 한다는 것을 필자는 이 코로나 시기를 통해 체감하게 되었다. 사회에서 친구 혹은 동료를 사귈 때에도 보다 가까워지기 위해 서로 알아가는 노력을 들이면서도 정작 자녀와는 가족이라는 이유로 이런 노력을 소흘히 하였던 것은 아닐까? 결국 무엇이 필요한 것인가는 매우 간단하다. 다만 아버지들이 변화하기 위해 기꺼이 시간과 노력을 들일 수 있는 결단이 필요할 뿐이다.

여전히 필자는 "낀 세대"의 입장에서 가끔씩 아버지 역할이 혼동스러울 때가 많다. 동년배의 다른 아버지들 역시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우리 아버지들은 오늘도 최선을 다하고자 노력하고 있으며, 이러한 과도기적 시기가 지나가고 나면 보다 멋진 모습으로 업그레이드 되어 있으리라 믿는다. 나아가 아들들이 장성하여 더 “잘” 소통하는 아버지가 되도록 롤모델이 되어준다면 그 또한 가슴 벅차고 의미있는 일일 것이다. 시행착오를 거칠지언정 현재를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모든 아버지들에게 응원을 보내고 싶다. 화이팅!

느낌 한마디 6

  • 저도 필자처럼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던거 같습니다..
    너무나 가슴에 와닫는 글!
    조금이라도 오늘부터 시도를 해보아야 겠습니다..
    임문섭
    2021-10-18 17:52:00
  • 이제 막 사춘기에 들어갈려고 하는 딸과 소통할수 있는 소중한 단초를 제공해 주시네요.
    피상적인 질문보다 좀더 자세한 주제, 자녀가 관심 있는 분야의 질문을 하면서 관심을 가져주는게 중요한것 같습니다.
    로니어
    2021-10-15 10:31:58
  • "낀 세대"의 글을 읽으면서
    부모-자녀 간의 소통의 법칙을 조금은 배워가는 것 같습니다.
    종민 님께서 좋은 롤 모델이 되어주시고,
    다양한 경험을 통해,
    훗날, 아드님들에게 더 좋은 멘토가 되지 않을까 기대가 됩니다!
    이요르
    2021-10-05 14:58:46
  • 질문이 피상적이니 답도 피상적...
    그렇네요. 아이들과의 대화가 잘 풀릴 수 있는 키워드가 될 것 같습니다.
    한 수 배워가요. 감사합니다.
    박세윤
    2021-10-05 12:14:29
  • 정말 감동스런 글이군요
    40대 가장들의 생각과 고민을 잘 대변해 주셨읍니다
    이글을 읽고 많은 감동과 위안을 받았읍니다
    앞으로도 이런 글 많이 남겨주세요
    SKH
    2021-10-01 04:43:12
  • 진정한 아버지의 마음, 그리고 그 역할은 진화해 가는, 일종의 미완성 상태에서 발전해 가는 것같다. 정도의 차이는 차이는 있지만 이게 모든 우리 아버지들의 모습 아닐까.
    무착
    2021-10-01 04:27: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