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회 서초구 아버지센터 '핵심가치 5P' 에세이 공모전 수상작 전시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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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 상] 한성희 - 서로 더 많이 노력하기!


두 아이의 아빠가 된 지 8년이 지났다. 누군가는 준비된 아빠였을지 모르지만 난 어쩌다 아빠가 됐다. 분명 나 역시 준비된 아빠는 맞았다. 교육회사에 다니다 보니 유초등 부모 대상으로 하는 부모교육의 프로그램 책임자로 운영을 하며 많은 강의를 들었다. 그 과정에서 앞선 선배 부모들의 현실 육아에 대한 어려움을 잘 알았고 그에 대한 해결책 역시 다양하게 듣고 알게 됐다. 청소년기 학생들의 진로계획을 위한 프로그램 역시도 진행했기에 난 정말로 준비가 아주 잘 된 아빠라고 스스로에게 얘기했다.

하지만 첫째 아이를 임신하고 그 아이가 장애가 있음을 안 순간부턴 준비된 아빠가 아닌 어쩌다 아빠로 변했다. 비장애 아이를 어떤 아이로 키우겠다는 방법은 머릿 속에 로드맵처럼 그려졌다. 하지만 장애아에 대해선 생각해 본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처음엔 아이의 장애를 받아들이지 못했고 분노하며 슬퍼하다가 결국은 장애를 인정하고 앞으로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 알아보게 됐다. 장애에 대한 정보, 아니 장애아이를 키우기 위한 정보는 너무 적었고 케이스가 너무 다양하다 보니 정말 어려웠다. 모든 걸 하나부터 열까지 정말 세세하게 알려주고 반복 훈련을 해야 했다. 반복하고 또 반복해도 습득하는데 1년이 넘는 것들도 허다했다.

배우자 육아휴직을 신청하여 1년을 아이와 온전히 시간을 보냈지만 그 과정에서 기쁨보단 답답함이 앞섰게 됐고 모든 것이 내 뜻대로 안 됨을 알게 됐다. 아이가 안 되는 건 당연한데 다른 비장애 아이와 비교하면 안 되는 게 왜 이렇게 많냐며 불평하기 일쑤였다. 가뜩이나 언어, 인지, 신체 모든 면에서 느린 아이에게 맞춰도 모자랄 판국에 더 강요하는 정말 바보 같은 아빠가 됐다.

점점 더 표현을 안 하고 입을 다문 아이, 그런 아이가 답답한 나. 그렇게 2~3년은 흘러갔다. 어느 날 초등학교 5학년을 대상으로 진로 프로그램을 진행하던 중 내 아이와 같은 장애를 가진 학생을 봤다. 그 옆에는 또래 친구들이 서로 돌아가며 장애 학생에 대한 모든 걸 책임지고 도와주면서 웃는 모습을 보게 됐다. 나와 상반되게 장애 학생의 돌발행동에 대해 웃으면서 대처하는 학생들의 모습을 보다가 어느새 내 눈엔 눈물이 흘렀다. 저 친구들 역시 힘들 텐데 웃으면서 도와주다 보니 장애 학생마저도 환하게 웃는걸 보며 내가 아이에게 했던 행동과 표정은 어땠나를 생각하다 보니 웃음보단 짜증과 화남이 더 많았다. 준비된 아빠였을 땐 아이들을 위한 대화법을 참 많이 듣고 연습도 했건만 아이가 장애가 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난 철저하게 아이와 대화하는 법을 외면한 채 타인과, 그것도 비장애 아이들과 비교하기에 바빴던 나 자신을 반성하게 됐다. 그리고 그런 내 모습으로 인해 상처받은 아이에 대해 미안함을 깨닫게 되니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올해 8살이 되어 아주 씩씩하게 특수학교에 입학한 우리 첫째. 비록 난 아이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한 번도, 볼에 뽀뽀를 한 번도 못 해줬지만 아이의 눈높이에 맞추기 위해 많이 안아주고 몸으로 하는 놀이를 시작했다. 말로 표현하는 게 서툴지만 몸으로 놀아주고 표현하는 건 어느 정도 괜찮았다. 지적능력이 이제 만 1세 수준이라 몸으로 하는 모든 놀이가 아이에게는 딱 맞아떨어졌다. 그렇게 몸으로 놀아주다 보니 어느 순간 아이의 목소리가 들렸다. 정확한 발음은 할 수 없지만 “아빠! 안아줘." 라는 짧은 문장을 말하고 있다는 걸 알고선 또다시 폭풍처럼 눈물이 쏟아졌다. 아이는 늘 나에게 말을 걸고 있었다. 정확한 발음도 아니며 긴 문장도 아녔지만 짧고 부정확한 단어로 표현을 하고 있었다. 난 장애라는 편견 때문에 그걸 무시하고 알아채지 못했던 것이었다.

그래서 아이를 바라보는 시선을 바꿨다. 이것저것 하나도 못하는 아이에서 부족하지만 이것저것 조금이라도 할 수 있는 아이로! 시선을 바꿔보니 생각보다 아이는 할 수 있는 게 많았다. 아이 역시 표현하려고, 말하려고 노력하고 있는 모습을 보며 무엇을 도와줘야 할 지를 생각 하게 됐다. 그리고 그걸 도와주는 게 바로 부모의 역할이라는 걸 다시금 깨닫게 됐다. 비장애, 장애가 중요한 건 아니었다. 단지 내 마음속 문제였고 그간 내가 아이를 바라봤던 마음과 행동을 반복하지 않고, 편견을 갖지 않고 희망찬 아이의 모습을 바라보기로 했다. 지금은 여러 가지 재활치료로 인해 치료비의 어느 수준은 세금으로 지원받으며 생활하지만, 훗날에는 그 세금을 모두 낼 수 있는 아이로 자랄 수 있도록 더 많이 사랑하고, 더 많이 아껴주고, 더 많이 표현하는 아빠가 되고 싶다.

제1회 서초구 아버지센터 '핵심가치 5P' 에세이 공모전 수상작 전시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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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 상] 한성희 - 서로 더 많이 노력하기!


두 아이의 아빠가 된 지 8년이 지났다. 누군가는 준비된 아빠였을지 모르지만 난 어쩌다 아빠가 됐다. 분명 나 역시 준비된 아빠는 맞았다. 교육회사에 다니다 보니 유초등 부모 대상으로 하는 부모교육의 프로그램 책임자로 운영을 하며 많은 강의를 들었다. 그 과정에서 앞선 선배 부모들의 현실 육아에 대한 어려움을 잘 알았고 그에 대한 해결책 역시 다양하게 듣고 알게 됐다. 청소년기 학생들의 진로계획을 위한 프로그램 역시도 진행했기에 난 정말로 준비가 아주 잘 된 아빠라고 스스로에게 얘기했다.

하지만 첫째 아이를 임신하고 그 아이가 장애가 있음을 안 순간부턴 준비된 아빠가 아닌 어쩌다 아빠로 변했다. 비장애 아이를 어떤 아이로 키우겠다는 방법은 머릿 속에 로드맵처럼 그려졌다. 하지만 장애아에 대해선 생각해 본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처음엔 아이의 장애를 받아들이지 못했고 분노하며 슬퍼하다가 결국은 장애를 인정하고 앞으로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 알아보게 됐다. 장애에 대한 정보, 아니 장애아이를 키우기 위한 정보는 너무 적었고 케이스가 너무 다양하다 보니 정말 어려웠다. 모든 걸 하나부터 열까지 정말 세세하게 알려주고 반복 훈련을 해야 했다. 반복하고 또 반복해도 습득하는데 1년이 넘는 것들도 허다했다.

배우자 육아휴직을 신청하여 1년을 아이와 온전히 시간을 보냈지만 그 과정에서 기쁨보단 답답함이 앞섰게 됐고 모든 것이 내 뜻대로 안 됨을 알게 됐다. 아이가 안 되는 건 당연한데 다른 비장애 아이와 비교하면 안 되는 게 왜 이렇게 많냐며 불평하기 일쑤였다. 가뜩이나 언어, 인지, 신체 모든 면에서 느린 아이에게 맞춰도 모자랄 판국에 더 강요하는 정말 바보 같은 아빠가 됐다.

점점 더 표현을 안 하고 입을 다문 아이, 그런 아이가 답답한 나. 그렇게 2~3년은 흘러갔다. 어느 날 초등학교 5학년을 대상으로 진로 프로그램을 진행하던 중 내 아이와 같은 장애를 가진 학생을 봤다. 그 옆에는 또래 친구들이 서로 돌아가며 장애 학생에 대한 모든 걸 책임지고 도와주면서 웃는 모습을 보게 됐다. 나와 상반되게 장애 학생의 돌발행동에 대해 웃으면서 대처하는 학생들의 모습을 보다가 어느새 내 눈엔 눈물이 흘렀다. 저 친구들 역시 힘들 텐데 웃으면서 도와주다 보니 장애 학생마저도 환하게 웃는걸 보며 내가 아이에게 했던 행동과 표정은 어땠나를 생각하다 보니 웃음보단 짜증과 화남이 더 많았다. 준비된 아빠였을 땐 아이들을 위한 대화법을 참 많이 듣고 연습도 했건만 아이가 장애가 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난 철저하게 아이와 대화하는 법을 외면한 채 타인과, 그것도 비장애 아이들과 비교하기에 바빴던 나 자신을 반성하게 됐다. 그리고 그런 내 모습으로 인해 상처받은 아이에 대해 미안함을 깨닫게 되니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올해 8살이 되어 아주 씩씩하게 특수학교에 입학한 우리 첫째. 비록 난 아이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한 번도, 볼에 뽀뽀를 한 번도 못 해줬지만 아이의 눈높이에 맞추기 위해 많이 안아주고 몸으로 하는 놀이를 시작했다. 말로 표현하는 게 서툴지만 몸으로 놀아주고 표현하는 건 어느 정도 괜찮았다. 지적능력이 이제 만 1세 수준이라 몸으로 하는 모든 놀이가 아이에게는 딱 맞아떨어졌다. 그렇게 몸으로 놀아주다 보니 어느 순간 아이의 목소리가 들렸다. 정확한 발음은 할 수 없지만 “아빠! 안아줘." 라는 짧은 문장을 말하고 있다는 걸 알고선 또다시 폭풍처럼 눈물이 쏟아졌다. 아이는 늘 나에게 말을 걸고 있었다. 정확한 발음도 아니며 긴 문장도 아녔지만 짧고 부정확한 단어로 표현을 하고 있었다. 난 장애라는 편견 때문에 그걸 무시하고 알아채지 못했던 것이었다.

그래서 아이를 바라보는 시선을 바꿨다. 이것저것 하나도 못하는 아이에서 부족하지만 이것저것 조금이라도 할 수 있는 아이로! 시선을 바꿔보니 생각보다 아이는 할 수 있는 게 많았다. 아이 역시 표현하려고, 말하려고 노력하고 있는 모습을 보며 무엇을 도와줘야 할 지를 생각 하게 됐다. 그리고 그걸 도와주는 게 바로 부모의 역할이라는 걸 다시금 깨닫게 됐다. 비장애, 장애가 중요한 건 아니었다. 단지 내 마음속 문제였고 그간 내가 아이를 바라봤던 마음과 행동을 반복하지 않고, 편견을 갖지 않고 희망찬 아이의 모습을 바라보기로 했다. 지금은 여러 가지 재활치료로 인해 치료비의 어느 수준은 세금으로 지원받으며 생활하지만, 훗날에는 그 세금을 모두 낼 수 있는 아이로 자랄 수 있도록 더 많이 사랑하고, 더 많이 아껴주고, 더 많이 표현하는 아빠가 되고 싶다.

느낌 한마디 23

  • 어려운 이야기를 담백하게 풀어내셔서 더 잔잔한 감동입니다.
    밑의 할아버지 글에 아들과 며느리를 생각하는 귀한 사랑이 느껴집니다. 희망차게 오늘을 살아낼 부녀의 삶을 응원합니다!
    한원정
    2021-10-18 22:53:16
  •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고귀한 생명에 감사할 뿐입니다.
    더불어
    2021-10-16 16:53:20
  • 나는 이 글 쓴 이의 애비되는 사람입니다.
    손녀가 장애인이라는 소식에 하늘이 무너지는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하늘이 주신 선물이라 여기며 열심히 하나님께 의지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늘 아들과 며느리를 생각하면.,.!
    바람
    2021-10-06 09:29:48
  • 마음 속에 얼마나 폭풍이 몰아쳤을까요.. 힘들었을 그 마음을 여기서라도 조금 듣고 가요.
    최고의 아빠를 만난 딸이 참 행복할것 같아요 ^^
    이샛별
    2021-10-03 01:13:54
  • 서로를 향한 눈빛과 노력이 말보다 진한 사랑으로 다가옵니다.
    희망찬 아이의 모습을 바라봐주는 가족이 있어 아이는 진정 행복할것 같습니다.^^
    정은주
    2021-10-01 21:11:53
  • 글 안의 "아이는 늘 나에게 말을 걸고 있었다", 라는 부분이 뭉클합니다. 아이또한 노력을 하고 있는 거겠지요. 선생님의 노력이 참으로 아름답습니다.
    이정숙
    2021-10-01 15:10:53
  • 저는 비장애에 세금내는 성인이 되어도 내 마음이 제대로 전달 안될때가 많아요. 제대로 표현하기 위해 시간을 두고 생각해야 할 때도 많고 아직도 배워가는 중이예요. 표현이 어려운 아이를 만나면 기다려볼게요. 이런 글로 더 기다려야 한다는걸 알았어요.
    유경
    2021-10-01 10:55:38
  • 누구보다 멋진 아빠이십니다. 늘 응원하겠습니다^^
    건맘
    2021-10-01 10:37:59
  • 저희두 부모는 처음 해보는거라 매 순간 실수 투성이네요~~^^
    그래도 사랑하는 마음으로 키우다보면 잘 크겠죠?
    같은마음으로 응원합니다~~멋쩌용!!♡
    유선미
    2021-10-01 09:45:05
  • 아이와 함께 성장하는 아빠의 모습 너무 멋지십니다!
    김수아
    2021-10-01 00:39:09
  • 이렇게 아버님의 진심이 느껴지는 글과 노력만으로도 따님은 아버님의 사랑을 충분히 느끼고 있을꺼에요. 그리고 그 사랑으로 더욱 더 성장할 것입니다. 응원합니다!!
    방주옥
    2021-09-30 22:29:25
  • 사랑의 방법은 다 다르지만 사랑을 느끼는 아이는 다 아나봐요~ 화이팅
    원선희
    2021-09-30 19:28:01
  • 멋진아빠 화이팅!
    어성호
    2021-09-30 18:30:45
  • 멋진 아빠로 열심히! 화이팅입니다
    고경애
    2021-09-30 16:29:14
  • 우리 모두 준비가 덜 된 부모인 것 같아요. 아이에게 잔소리를 하다보면 나도 못하는 걸 아이한테 강요하고 있구나라는 생각에 잔소기라 쏙 들어간답니다. 성희샘은 누구보다 좋은 아빠인걸요! 항상 응원하고 있어요!
    박선숙
    2021-09-30 14:34:37
  • 멋짐 폭발입니다~ 항상 응원해요~~
    백명희
    2021-09-30 12:55:27
  • 내 뜻대로 안되는 것을 알게 될 때 비로소 지혜를 얻게 되고 깊이가 생기는 것 같아요! 되고 싶은 아빠의 모습, 바라는 자녀의 모습이 되는 그 날까지 응원합니다! 글 잘 읽었습니다. :)
    유현숙
    2021-09-30 12:55:00
  • 아이와 같이 지금 성장하고 있는 모습이 멋있습니다. 아이도 노력하는 아버지를 더욱 사랑하게 될것같네요.진솔하고 마음에 와 닿는 글 잘 읽었습니다
    김효선
    2021-09-30 12:49:56
  • 이미 멋지고 훌륭한 최고의 아빠이십니다^^
    조나영
    2021-09-30 12:47:48
  • 사랑이 넘쳐 흐르는 아버지네요♡♡
    그 사랑을 어떻게 표현하고 전달햬야 하는지 아이들이 성장하는 모든 순간마다 고민해야 되더라구요.
    아이의 성장에 맞춰 함께 성장하기 위한 아버지의 모습이 정말 멋지십니다!!!
    노은경
    2021-09-30 12:29:34
  • 교육에 대해 훈련받고 일도 했지만 육아의 영역은 정말 또다르더라고요. 글 잘 읽었습니다! 초등 5학년에게도 배우는 멋진 아빠! 더욱 화이팅 보내드려요^^
    양은경
    2021-09-30 12:02:48
  • 세상에 아버지 중 준비된 아버지가 있을까요. 세 아이의 아버지로써 가족이란 이름으로 다른 집 아이들에게 보여주는 따듯한 미소를 정작 우리 아이들에게 주지 못할때도 많음을 느낍니다. 아이들이 원하는 건 정말 작은 관심부터가 아닌가 느낍니다.
    어쩌다 아버지의 한 사람으로써 많은 공감이 됩니다. 힘내세요!
    박대원
    2021-09-30 11:57:34
  • 어쩌다 아버지가 된 모든 분들께 전하는 위로와 희망의 메시지처럼 들립니다..
    이런 아빠의 딸은 누구보다 행복한 사람으로 성장하겠지요♡
    김기연
    2021-09-30 11:47:02